대한민국 인구 위기, 미디어 업계의 대응은?

2023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칼럼은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국은 사라지고 있는가? (Is Korea disappeared?)” 라는 도발적인 제목이었는데요, 그 내용은 간결하면서도 충격적이었죠. 한국의 합계출산율 0.78은 한 세대에서 100명의 남녀가 자녀를 낳을 경우 다음 세대는 단 78명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와 같은 인구 감소 속도는 중세 흑사병 시기의 감소율을 능가할 만큼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한 글이었어요.


이와 함께 우리 사회는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가 맞물리며, 미디어 환경과 소비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어요. 처음으로 경험하는 인구 감소와 인구 구조 변화는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요? 또 이러한 변화가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2005년 저출산 문제가 처음으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이후, 정부는 다양한 정책과 대책을 내놓았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어요. 그동안 저출산과 인구구조 변화는 마치 남의 문제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죠. 더 큰 문제는 2023년의 합계출산율이 0.72로 더욱 낮아졌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일상에서 크게 체감하지 못하지만, 외국의 칼럼니스트들마저 우려를 표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점검해 봐야 해요.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 점점 줄어드는 인구, 그리고 고령층으로 가득 찬 국가가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사회적, 경제적 과제를 마주하게 될까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요. "정말 그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그 상황은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죠.


인구 변화에 의해 달라진 마케팅 전략 


지금까지 우리는 인구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 인구 증가에만 초점을 맞췄어요. 1970년대에는 "너무 많다, 그만 낳아라"는 구호가 흔했죠. 당시 “둘만 낳아 잘 기르자”나 “하나도 많다” 같은 포스터 캠페인은 인구 억제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었어요.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인구 감소가 시작되면서 대책을 고민하는 사이 지금의 위기에 도달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006년에 설립되어 여러 정책을 실행해 왔지만,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어요.


정책적인 노력만으로 한계에 부딪힌 지금, 기업 차원의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어요. 이제는 기업들이 사고방식을 전환하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 해요.



예를 들어볼까요? TV 시청 지표를 조사할 때 보통 2년 전의 인구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모집단을 설계했는데 2024년 모집단을 확인해 보니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었어요. 가구 수는 32만 가구 증가했지만, 4세 이상 인구는 약 7만 명 감소한 것이죠.


4세 이상 인구가 7만 명 줄어들면서 TV 시청 지표의 모집단 자체가 축소됐어요.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데 가구 수는 증가하는 현상은 시청 지표 조사 역사상 처음 나타난 일이에요. 과거에도 가구 수가 개인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모집단 자체가 줄어든 사례는 처음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인구 감소와 가구 증가의 관계를 면밀히 분석하지 않으면 TV 시청 지표를 오해할 가능성이 커요. 최근 "사람들이 TV를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리는데, 실제로 가구 단위 TV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많았지만, 지금은 5%만 넘어도 성공적이라고 평가되죠. 그러나 이러한 시청률 하락은 단순히 TV 시청을 외면해서가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정말로 TV 시청률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걸까요? 가구 시청률은 가구 단위로 측정되기 때문에 가구원이 적고 가구 수가 늘어난 상황에서는 시청률이 감소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요. 과거에는 가구원이 많아 누군가는 항상 TV를 시청했지만, 현재는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서 TV를 시청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거죠. 이를 단순히 TV 시청률 하락으로 해석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


문제는 시청률 감소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지 않고 "TV의 영향력이 약해졌다"거나 "사람들이 TV를 보지 않는다"는 결론을 성급히 내리는 데 있어요.


방송 및 프로그램의 성과 지표를 제대로 이해하고 효과적인 미디어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와 인구 및 가계의 변화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해요. 단순히 숫자만 보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는 것이죠.


특히 인구 변화를 보면, 50-60대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1020대는 감소하고 있어요. 2024년 기준 시청 지표 조사에 따르면, 50-60대는 전체의 44%를 차지하는 반면, 20대 이하는 27%에 불과해요. 시청률은 모집단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지표예요.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는 시청률뿐 아니라 실제 시청자 수를 함께 살펴봐야 하죠. 시청자 수와 시청률 간의 차이를 분석하면 이 차이가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인구 구조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했는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어요.


MZ 세대 대상 마케팅은 과연?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5%를 넘으면 초고령화 사회라고 불러요. 우리나라는 이 기준을 2025년쯤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출산율 감소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초초초고령화’ 사회라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할지도 모르죠.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인구 구조 속에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재점검하는 건 필수인데요, 예를 들어, 20~49세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면, 이 연령대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지 줄어들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하죠. 더 많은 기회가 있는 시장(물고기와 물이 많은 호수)에서 활동할 것인지, 아니면 축소되는 시장(물이 줄어드는 호수)에서 힘겨운 경쟁을 지속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가 됐어요.


많은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해요. 물론 타당한 전략이지만 젊은 층에 접근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돼요. 예를 들어, 100명 중 10명을 타깃으로 하는 것과 10명 중 1명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겉으로는 같은 10%라도 접근 방식과 비용 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후자의 경우, 그 한 명에게 도달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자원과 노력이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비용으로 과거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어요. 기업은 이제 누가, 어디서, 얼마만큼의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주요 마케팅 타깃을 누구로 삼을지 더 깊이 고민해야 해요. 흔히 말하는 MZ세대조차 그 정의와 특징이 사람마다 다르고, 행동 패턴이나 선호도 또한 균일하지 않아요.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인구의 20% 후반대에 불과하죠.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MZ세대만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전략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는 소비자 구성과 연령대별 특성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젊은 세대에만 초점을 맞췄어요. 인구 증가 시대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유효했습니다. 젊은 세대가 성장하면서 브랜드에 익숙해지면, 해당 브랜드를 오랜 시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노령층으로 진입하는 세대가 젊은 세대보다 훨씬 많아진 상황에서 과거의 젊은 층 중심 마케팅을 고수한다면 기업은 점차 어려움을 겪게 될 거예요.


이 외에도 우리가 고려해야 할 문제들은 많아요. 예를 들어,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 연령대별 생활 패턴, 미디어 소비 시간 등은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변수이죠. 이를 간과한 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발생할 거예요.


지금은 단순히 과거의 성공 방식을 답습할 때가 아니라, 급격히 변화하는 인구 구조와 사회적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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